오랜만의 글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으로 시작한다.
마지막 글을 2/20에 올렸던데…
거의 50일만에 쓰는 글이 됐다.
3, 4월은 결혼 준비때문에 엄청 바빴다.
내 결혼식은 23년 4월인데,
1년 전부터 웨딩홀을 알아봐야 원하는 시간과 날짜에 예약을 할 수 있다.
1년 전이면 엄청 여유로운 것 같지만 정말 인기가 많은 곳들은 벌써 마감된 곳들도 있었다.
결혼식이라는 수요가 코로나 후로 미뤄지면서 요즘 결혼식장을 예약하는게 너무 어려워졌다.
예약문의 전화를 오픈런 해야 하고,
웨딩홀들은 방문 전까지 절대 가격을 공개하지 않으며
대관료와 식비 모두 코로나 전보다 대폭 상승하여
울며 겨자먹기로 예산을 높이던지 눈높이를 낮추던지 해야 웨딩홀을 정할 수 있었다.
웨딩 플래너조차 절레절레할 웨딩홀의 갑질에도
절대적인 을도 아닌 정쯤인 예비 신혼부부인 나는 그저 부르는데로 값을 치르는 호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겨우 웨딩홀을 정했을 뿐인데, 내가 바라는 이상과 내가 처한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꿈꾸던 웨딩홀과 가성비 웨딩홀을 최종 선택지에 두고 고민했는데, 둘의 예산이 약 1000만원 차이났다.
보증인원의 차이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고급스러움의 차이가 컸다. 특히 내가 너무나도 원했던 자연채광!
하지만 나만이 그 웨딩홀을 원했다.
예랑이와 양가 가족들 모두 가격을 이유로 가성비 웨딩홀을 원했던 것이다.
그 누구도 내 결정을 지지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내 마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웨딩홀을 결정한 이후로 결혼 생각만 떠오르면 멀쩡히 일하다가도 눈물이 울컥 났다.
내가 호텔급을 원했던 것도 아닌데 일반 웨딩홀조차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자본주의 세계에서의 내 지위가 너무나도 깊숙히 체감하게 된 계기였다.
나름 열심히 세상을 살아왔고 남들이 해본거는 다 해볼 정도의 능력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그래도 수저의 형태는 유지하는 쇠수저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형태가 있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썩어서 없어질 그저 나무수저겠구나.
그렇게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혹시 내가 메리지블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웹에 있는 자가진단 리스트를 보는데, 10개 중에 8개가 현재의 나의 상황과 동일했다.
5개 이상이 해당된다면 메리지블루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하니… 진짜 메리지블루인가보다.
나 정말 많이 힘든가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결혼이야기에서 말했듯이 나는 집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고 청약에 당첨되어 이미 혼인신고를 완료했다.
취소하려면 법원에 가야하고 집도 날라가게 된다.
굳이 이런 현실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지금 느껴지는 부정적인 감정들만으로 예랑이와의 추억들을 포기하기에는 아깝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저 지금은 마음에 와닿지 않을 뿐이지…
그래서 극복해 보려고 한다.
그 일환으로 인스타에서 나만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바로 ‘1일 1추억’ 전이다.
결혼식까지 하루에 하나씩 예랑이와의 사진을 올리며 내 감정들을 행복했던 그 순간들로 채워넣는 중이다.
누군가의 좋아요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닌, 오직 나의 행복만을 위한 업로드를 하고 있다.
그리고 블로그도 다시 이어가 보려고 한다.
쓰고 싶은 주제가 많다.
웨딩홀 투어 후기 또한 얼른 작성하여 고민도 걱정도 많은 나같은 예신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주절주절 생각의 흐름대로 적어봤는데,
여튼 메리지블루라는 문제점을 인식했으니 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 보려고 한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난 분명 괜찮아 질 것이다.
이 또한 언젠가 회상되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겠지.
분명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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